니치향수/남녀공용

프레데릭말 - 더 문 : 중동의 메마른 사막의 향기

향수여행가 2022. 4. 3. 23:58

PerfumeTRIP

 

 

프레데릭말 - 더 문

Frederic Malle - The Moon

 

 

 

중동을 겨냥해서 작정하고 만든 프레데릭말의 Desert Gems 컬렉션 중 하나인 더 문을 소개해보려한다. 프레데릭말 향수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향수이기도 하고 값비싼 오우드가 메인인 향수들 중 높은 가격에 비례하는 강렬한 향과 퀄리티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프레데릭말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해외직구로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게 조금 아쉬운 점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50ml 기준 450달러로 판매 중인데 관세 18프로 정도 붙이고 이시국 환율로 계산해보니 음... 지갑을 보니 별로 아쉽지 않은 느낌도 들긴한다.

 

중동에서의 달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삶의 리듬을 이끄는 역할을 하며 아랍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My Moon'이라고 부를 정도로 헌신적인 사랑의 뜻을 담고 있는 단어이다. 중동에서의 '달'이라는 단어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무려 2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2019년에 탄생한 더 문의 향기는 아래와 같다.


"프레데릭말 - 더 문 오드퍼퓸 노트"

 

탑노트 : 라즈베리, 리치, 샤프란

미들노트 : 올리바넘, 터키쉬 로즈, 레드 커런트, 바이올렛

베이스노트 : 오우드, 가죽 어코드, 파츌리, 엠버, 샌달우드

 


탑 - 미들노트

"200% 응축된 라즈베리와 리치의 과즙을 머금은 샤프란의 향기"

 

더 문의 첫 향기는 강렬한 라즈베리의 향기가 퍼지면서 시작된다. '퍼진다'라는 개념보다 '덮친다' 또는 '폭발하다'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릴만큼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표시한다. 마치 용암 대신 아주 뜨거운 라즈베리 과즙이 흐르고 있는 화산이 폭발하여 하늘 위로 솟구쳐 땅 위에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라즈베리 과즙이 한 순간 증발할때 날 법한 향기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더 문은 리치와 샤프란의 향이 더해져 조금 더 푸르티함이 풍성해지는데 베이스에 깔려있는 오우드와 가죽 어코드 때문인지 한켠 어두운 느낌이 조금 묻어있다. 날은 밝았지만 달이 희미하게 떠있는 중동의 새벽아침이 연상되면서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고 중동의 하루가 활기차게 시작하는 듯 장미의 향기도 살며시 올라온다. 리치와 라즈베리의 존재감이 굉장히 강해서 장미의 향기가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만 같다.

 

 

 

미들 - 베이스노트

"밝은 달이 비추는 중동의 사막에 흩날리는 오우드 향기"

 

 

새하얀 달빛이 차가운 새벽의 사막을 더욱 서늘하게 만드는 듯 입자가 아주 고운 모래처럼 드라이한 오우드의 향이 더 문을 서서히 지배한다. 올리바넘과 파츌리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과 가죽 어코드 노트가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사막 한가운데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 알갱이에서 느껴질법한 굉장히 진하고 무거운 향이다. 낙타가 유유히 걷고있고 오아시스가 있는 사막의 이미지보다 정말 온 사방이 모래로 덮혀있고 이 세상에 모래와 하늘 제외하고 전부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의 오싹한 메마른 사막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끝으로 오우드의 향만 남게 되면서 한약방 냄새 비슷한 고풍스럽고 고급진 나무 향기가 난다. 요즘 유행하는 모던하고 세련된 비싼 서재 테이블에서 나는 냄새보다 옛날 조선시대 왕의 어좌나 탁자에 쓰일법한 목재냄새에 가깝다. 굉장히 오리엔탈스럽고 우디한 향취로 프레데릭 말 더 문의 향기는 마무리된다.


"결론"

 

'오우드의 향기가 궁금하다' 또는 오우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맡아봐야할 향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보통 시중의 오우드 향수들보다 강력한 오우드의 향 덕분에 흔히 말하는 코펙트럼 늘리기도 좋고 중동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선호하는 향조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좋지 않은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확산력과 지속력도 개인적으로 맡아본 향수들 중 다섯손가락에 들어가지 않나 싶다.

 

가격이 많이 사악한데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격이 50ml 기준 450$ - 100ml 기준 750$ 정도로 해외구매를 하게된다면 관세까지 붙기 때문에 만약 사게 된다면 많은 결심이 필요한 향수이다. 정말 더 문을 맡아보고 싶으신 분은 Nose Paris 사이트에서 2ml 정도 담긴 샘플을 구매하시는걸 추천드린다.

 

이런 향수의 세계가 있다는걸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소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향수를 취미로 삼으면서 행복은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둘러보면 가까이서 찾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부자가 되서 나머지 Desert Gems 컬렉션 3개의 향수를 전부 리뷰해보는 꿈을 꾸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프레데릭말 - 더 문 오드퍼퓸 요약"

Frederic Malle - The Moon Eau de Parfum

 

 

구매처

프레데릭말 공식 홈페이지 : 약 450$ (50ml 기준)

 

성별, 연령대

남녀공용, 30대 초반 이상

 

계절감

봄, 가을, 겨울

 

지속력

5/5

 

확산력

5/5